동화경제사(돈과 욕망이 넘치는 자본주의의 역사)_최우성
15개의 동화와 그 동화가 쓰여진 시대 배경 이면에 보이는
정치, 경제의 밑낯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안데르센 동화나 그림 형제의 동화가
사실은 잔인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서 많이 각색 됐다는 점은
꽤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 사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 사실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일종에 경제 역사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15개의 동화 중에 인상 깊었던 3개의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제1장 - 세상은 더 가까워지고, 위기는 더 빨리 퍼진다.
쥘 베른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쓴 1870년은
막 수에즈 운하의 건설이 끝나고
서구 제국주의의 팽창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포그가 이용한
수에즈 운하, 인도반도철도, 대륙횡단철도는
모두 제국주의 팽창과 식민지 수탈의 교두보를 위해
투자된 인프라였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갈 수 있었고,
인도반도철도를 통해
영국은 인도를 수탈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은 대륙횡단철도를 통해
남북전쟁의 상처를 이겨내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산업국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법.
과도한 인프라 투자열풍은
부실 대출에 대한 우려를 불러왔고,
대불황을 낳았다.
제6장 - 월스트리트를 놀라게 한 도로시의 은구두
6장은 민주당 하원의원 브라이언의 '황금십자가 연설'로 시작한다.
"민주당은 누구의 편에서 싸울 것입니까? 돈을 가진 나태한 자본가의 편입니까?
아니면 투장하는 대중의 편입니까?"
"만일 그들이 공개석상에 나와 감히 금본위제가 좋다고 옹호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그들과 맞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금본위제 추종자들에게 요구합니다. 노동자의 이마에 가시면류관을 씌우지 말고,
인류를 황금십자가에 못 박지 마십시오."
프랭크 바움이 <오즈의 마법사>를 쓴 당시에는
미국의 화폐제도를 놓고 팽팽한 대립이 있던 시기였다.
금본위제로 할 것이냐,
금은본위제로 할 것이냐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또한 화폐 발행의 주체를 정부로 할 것이냐,
민간으로 할 것이냐도 큰 이슈였다.
1873년 당시에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금본위제였다.
미국도 대외지불능력을 우려해
금 본위제를 선택했지만 화폐가 시중에 풀리지 않자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에 대해 농민 중심의 인민당은 금은복본위제를 주장한다.
도로시의 '은구두'는 '은화'를 상징했고
도로시의 여행은 주류에 대한 저항이었다.
제11장 - 앤 셜리가 두 바퀴로 굴러가는 세상을 만들기까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머리 앤>은
앤 셜리가 고아원을 떠나 커스버트 남매의 집에서
소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빨간 머리 앤의 가치는
여자 아이인 앤이 당당한 주체로 성장하는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빨간 머리 앤은 말한다.
"레이철 아주머니는 여성들도 투표 할 수 있게 된다면 곧 좋은 변화가 생길 거래요"
여성 해방운동과 1세대 페미니즘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소설에서 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자전거의 체인 기술의 발달로
큰 앞바퀴를 가진 자전거의 형태를 벗어나
'금녀의 영역'이었던 자전거를 여성도 이용하기 시작했다.
자전거 바퀴를 자신의 다리로 굴려 나아가는 모습은
제약을 이겨내고 능동적 존재로써의 여성을 대변했다.
금융에 관심이 많이 생기면서 경제학 서적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
경제학에 대한 기초가 없어서 그런지
'경제학'만 있는 책들은 아직 지루하고 버거울 때가 많은데,
잘 알고 있는 동화와 그 배경이 되는 시대 상황을 엮어
경제 역사를 풀어나가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경제를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런 쉬운 책들부터 읽어나가는 것도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