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문(Goodnight, Moon.)_문연욱, 최은지
무료
2018. 05. 12 - 2018. 06. 10
의외의조합
생각보다 더운 5월 말에
장충동 성곽에 있는 의외의 조합으로 갔다.
지도 상으로는 1km가 조금 넘는 거리지만
장충동은 역시나... 이 높디 높은 언덕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경사로를 오르고, 계단을 오르고,
골목을 돌고 돌아 힘들게 도착했다.
한 여름이었으면 꿈도 못꿨을 산행(?)이었다.
의외의 조합은
그래픽 디자인과 큐레이터 일을 하는
부부께서 운영하시는 카페 겸 갤러리다.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전시는 기획전으로 진행되는데, 이번에는 문연옥, 최은지 작가님의
어린이 가구 전시가 열리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이 사랑스러운 어린이 가구들.
가구와 설치미술을 하시는 분들의 작품들이라 그런지,
기성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적인 뭔가가 있다.
컬러 조합도 다양하면서 편안하다.
기성품들이 가구의 기능적인 면을 많이 고려한다면,
이런 작가님들의 작품은 도형의 조합, 컬러의 균형미가 돋보이는
예술작품 같은 가구들을 선보인다.
가구 뿐만 아니라 책상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은
오브제도 하나의 작품이다.
다리의 두꺼운 원기둥이 귀엽다.
등받이가 사다리인 어린이 의자.
아이가 벽에 낙서한 듯한
삐뚤삐뚤한 손바닥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손바닥 오브제.
저렇게 접힌 형태로 선반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의 메인 가구는 이 가구가 아닐까 싶다.
수영장에서 영감을 받은 어린이 책상.
아이들은 물놀이를 무서워하는 만큼 또 좋아하는 것 같다.
계단을 올라 물에 뛰어들고, 사다리를 타고 다시 올라오고.
이런 물과 아이의 행동이 하나의 가구가 되는 것이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책장.
컬러는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인 도형의 조합으로 만든 깔끔한 조형미가 너무 좋았다.
구 형태의 문 손잡이가 3개인 것은
빨리 자라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달라지는
손잡이 위치를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조형미뿐만 아니라 기능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다.
책장 겸 장난감 수납함.
침대도 너무 예쁘다.
작가님들의 자녀들은 이런 가구와 생활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미적감각이 쑥쑥 자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부럽.)
계속 등장하는 구 형태는 작가님의 시그니쳐라고 한다.
저런 기본적인 조형이 어떻게 시그니쳐가 될 수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기본은 기본을 넘어선다.
가져다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해 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같이 갔던 지인이 가장 탐냈던 행거.
구름 사다리 같은 형태라 옷을 안 걸어놔도 멋진 오브제가 된다.
원형 문과 편안한 컬러가 인상적인 옷장.
드라마 촬영에 쓰였다가, 문이 망가져서 어긋나 있었다.
공간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인 문이지만,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 만이 아니니까.
벽에 있는 손바닥 오브제도 인상적이다.
귀여운 헬리콥터 장난감도 한 컷.
전체적인 컨셉은 이 동화책에서 얻었다고 한다.
작가의 시선은 다른가보다.
소량으로 주문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소량 주문 제작이라 가격은 조금 비싼편이다.
여유가 있고, 아이를 생각한다면 아깝지 않은 금액인 것 같다.
힘들게 언덕을 올라서 저 간판이 보일 때 얼마나 좋던지.
귀여운 레터링의 의외의조합 간판.
사장님께서 이번 전시가 끝나고
한달 정도 준비 및 휴식기를 갖고 다시 전시를 연다고 하셨다.
더워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간다면 1층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는 꼭 한 잔 하게 될 것 같다.
(이걸 노리시는건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