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자인이 온다(세계의 시장을 움직이는 중국의 힘)_황윤정,페이웬화
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자인은 젠 스타일로 통하는
일본 디자인일 것이다.
간결함, 여백 등을 특징으로하고,
북유럽 디자인과 조형언어에서 통하는 면이 있어서
편하게 받아들여지고, 세계적인 경쟁력도 가지고 있다.
일본이 디자인 강국으로 손꼽힐 수 있는 이유도,
이런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자신의 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도 한창 한국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현재 그 답을 찾지 못한채 열기가 사그라들었다.
버선코, 처마선, 한글 같이 옛것에 있는 것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게 진짜 21세기의 한국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인지에 대한 물음과 반발을 야기했었다.
(그대로 차용했던 1세대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적인 한국의 디자인.
말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해지고 어디서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런 와중에 중국 디자인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건축, 제품, 패션, 리빙, 그래픽, 패키지 등 디자인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샤오미부터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며 세계를 놀라게한 왕슈까지.
시작은 한국보다 늦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이 된 중국 디자인.
<중국 디자인이 온다.>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중국 디자인을 다룬 책이다.
중국의 넘버원 패키지 디자이너인 판후의 작품들.
맨 위의 오렌지 박스 패키지는 당겨서 열면 오렌지가 박스 위로 올라오는 구조로 되어있다.
따로 매대를 갖추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진열이 가능하다.
두번째 사과 박스 패키지는 이브, 뉴턴, 잡스의 이미지를 넣어,
세계를 바꾼 3개의 사과라는 컨셉으로 진행됐다.
사과라는 주제를 이렇게 풀어냈다는게 놀랍다.
마지막 작품은 마작에서 영감을 받은 담배 케이스 패키지.
중국인들이 담배를 태우면서 마작을 즐기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중국인의 생활이 반영된 디자인이다.
중국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흡연이 중요한 사교수단이라고 한다.
판후는 중국 담배업계 탑3 회사의 패키지를 모두 디자인 한다고 하니,
중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패키지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긴 것도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잘생겼다.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 나올 법한 비주얼.
유기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유명한 MAD의 작품.
지역성은 생각 안하고 단순히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게
이런 유기적이고, 해체주의적인 디자인인데(자하 하디드가 많은 비판을 받았던 부분이다.),
MAD는 조금 다르다. 이런 형태는 지역성과 장소성에 기반해서 나온다.
위의 사진은 후저우에 있는 쉐라톤 호텔인데,
클라이언트가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호텔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한다.
MAD는 호텔을 호수 위에 지어서 투영되고 반사되는 호텔의 이미지를
지역의 문화와 적절히 녹여냈다. 건축과 함께 호수의 풍광을 극대화 했다.
지나가는 배와 건축물의 조화가 묘하게 아름답다.
그 유명한 왕슈의 작품.
재료, 형태에서 지역성을 뚜렷하게 반영하는 것이 그의 건축의 특징이다.
재료는 건축물이 지어질 그 땅에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한다.
(폐가에서 나오는 재활용 할 수 있는 재료나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위 작품은 중국미술학원 샹산캠퍼스의 건물이다.
나무보다 낮게 설계하고 중국의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아스라한 풍경에 스며들게 지어졌다.
가구에 관심이 많은지라, 리빙 제품들(특히 가구, 조명)을 인상깊게 봤다.
중국의 장인들을 통해 내려오는 오래된 제작 기법과 전통과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형태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한국이 한국적인 디자인을 찾아가는 방법과 다른 점은,
진짜 잊혀지고 숨겨진 문화를 끌어내는 방법인 것 같다.
단순히 시각적인 것에서 시작한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장인, 전통기술, 소재, 자연, 생활방식 등 여러 무형적, 복합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이끌어 낸 것 같다.
한국다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책에는 샤오미, 하이얼과 같이 제품 디자인을 포함해
글에서 소개하지 않은 다른 분야의 디자인도 다루고 있다.
중국, 중국 디자인, 그리고 자기다움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끝.